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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7. 20. 13:03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완성되지 않은 글은 올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완성된 글이라함은 논리구조에 헛점이 없고 문법에 맞으며 제대로 된 주장을 담고있는 글이다. 처음부터 이런 글이 내 머리에서 나오리라 생각한 것부터가 잘못이지만 하여간 지금의 심정은 참담하다.


글이라는 것을 세상에 내놓을 때는 일단 퇴고를 거치는 것이 기본 예의이다. 그래서 지금 쓰고 있는 이 저널러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이다. 블로그에서 바로 글을 쓰지않고 이렇게 오프라인에서 차분하게 글을 쓰고 두고두고 퇴고를 하면 좋은 글이 탄생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글을 그야말로 일필휘지로 갈기는 스타일인 내가 퇴고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저널러에서 글을 써도 그냥 한 호흡으로 달리고 글이 끝나자마자 바로 블로그로 전송을 한다.


나는 내가 써놓은 글을 다시 잘 읽어보지 않는 형태의 사람인데 블로그를 하면서 그 성향은 더 강해졌다. 왜냐하면 내 글을 읽을 바에는 다른 블로거의 좋은 글을 읽는 것이 더 좋은 시간활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어보지 않아도 내 글이 형편없으리라는 것은 짐작이 쉽게 된다. 일단 글을 제대로 써본 게 언제인지 조차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오래됐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하지가 않다. 좋은 글은 좋은 독서를 통해 나온다는 것이 내 지론인데 글을 쓰지 않고 살았던 세월동안에는 당연히 독서도 하지 않아 정말 무식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력을 들여 글을 쓴다면 그 논리와 논리를 뒷받침하는 논거는 인터넷을 통하여 얼마든지 인용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좀 쉽지가 않다. 일단 글 자체가 널뛰기 하듯이 논리적인 흐름이 없으니 알맞는 논거를 찾아내기가 어려운 탓이 있다. 또 글 자체가 너무 감정적이어서 논거 자체가 불필요한 경우이기도 하다. 앞으로 시간을 들여 책을 읽고 정보를 수집해야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때는 정말 분석적으로 여러번 읽게 되는데 내 글에 대해서는 그게 좀 인색해진다. 호기롭게 시작한 블로그이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벌써 이걸 앞으로 잘 꾸려갈 수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뭐 당장 언론의 기능을 대신하자는 꿈에 맞게 기사 논평 수준의 글을 제작해낸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렇게 잡문을 쓰다보면 자연스레 글이 매끄러워지리라 믿는다.


대학다니던 시절에 나는 선배들의 졸업논문 대필 전담이었다. 1학년 때 친한 선배가 취업에 바쁘다고 대신 쓰라고 한 것이 운좋게도 좋은 성적이 나와 그 이후로 그 소문을 들은 선배들이 논문을 맡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학사논문이라는 것이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저 여러 문헌을 짜깁기하는 수준이었지만 그게 좀 괜찮은 짜깁기였던가 보다. 계속하여 좋은 성적이 나왔고 나도 그런 논문쓰는 것이 이력이 붙어 아주 쉽게 한 편을 작성하곤 했다. 그게 군대를 가던 때까지 계속되었다. 군대를 다녀왔더니 논문을 부탁할 선배가 일단 없었고 그럴 시간도 없어서 대필은 없어지게 되었다. 논문의 대필은 범죄행위이다. 정말 잘못된 일이다. 그렇다. 나는 범죄자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났으니 일단 형사소추의 문제에서는 자유로워졌다.^^


나는 이런 종류의 지식사기에 대해서는 좀 엄격하게 대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이런 범죄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눈감아주는 관행 속에서 지금 우리의 학문 사회가 이렇게 자정이 불가능할 정도의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뭐 이런 얘를 하자는 것은 아니니 넘어간다. 다음에 밝힐 기회가 있겠지...


하여간 그 시절의 나는 정말 글을 잘 썼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갈고 닦는 노력이 없어서 그 능력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블로그에서 보듯이 이런 수준의 글 밖에 생산해내지 못 한다. 나는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고 또 책을 써볼 기회도 없을 것이고 하니 이런 수준의 글 만 써내는 것에 만족하고 살아야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끊임없이 글을 생산해내고 끊임없이 책을 읽으며 사회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면서 살고 싶다.


일단 블로깅의 모델이 되는 여러 블로거들이 있어서 환경은 매우 좋다. 그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배우면서 나도 그들과 닮아가리라 생각한다. 그냥 닮아가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고 조화롭게 서로 발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여튼 여기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블로그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매체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해내기를 바란다. 나도 그 속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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