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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0. 23. 20:19

요즘 블로그가 뜸하다. 내 블로그만이 아니라 자주 찾는 이웃 블로그들도 그러하다. 내가 뜸하니 다른 블로그들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인지는 모른다. 얼마 전 쟁가의 블로그가 문을 닫았고, 또 한윤형의 블로그도 문은 열려 있지만 뭔가 변화가 있는 듯하다. 그 외에도 자주 찾는 블로그들이 모두 활동이 뜸하다. 이게 아주 묘하게도 내가 블로그에 글을 올릴 시간이 없어지기도 하고, 처음의 열의가 식기도 한 그 시점과 맞물린다. 쟁가의 블로그가 문을 닫는 시점에서는 나도 블로그를 유지할 것인가 심각한 고민을 했다. 예전 같으면 한 편의 글을 올릴 수 있는 이슈가 분명히 몇 번 있었고, 실제로 글을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완성을 하지는 못했다. 그간의 글들도 완성과는 거리가 먼 글이었으니 완성이라는 말을 쓰기는 우습지만, 하여간 글을 끝맺지 못했다. 시간이 없기도 하거니와, 블로그에서 매일 접하는 정치적인 글들이 공명을 일으켜 나도 한마디를 거들 의욕을 일으키는 일이 드물어진 때문이다. 내가 블로그를 개설한 것은 순전히 정치적인 글을 쓰기 위함이었다. 나의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이나 단상들을 글로 옮길 의도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의도와 다르게, 정치적인 글을 쓰는 것은 의외로 많은 힘을 소진시켰다. 그만큼의 자료를 수집하거나 정성들여 쓰는 것은 전혀 아님에도 글을 한 편 올리는 것은 정신적으로 많은 힘을 필요로 했다. 또 올린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블로그를 찾아주는 독자들의 반응도 살펴야 하고, 특히 이슈와 관련된 글은 꾸준히 이슈 관련 뉴스도 챙겨야 하고 다른 블로그의 글들도 읽어야 해서 블로고스피어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진다. 그러는 와중에 좋은 글을 발견하면 그런 노력들이 다 보상받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최근 그런 글을 읽은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러던 차에 좋은 블로그들이 사라졌고 나도 블로그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잠재의식의 압박에 직면하게 되었다. 


별로 읽을 만한 글이 없음에도 몇백 명이나 되는 독자들이 찾아오는 것도 부담이다. 사실 이런 방문자 수는 전혀 기대하지 못한 것인데, 독자들을 의식하다 보니 자연 블로그에 자주 들락거리게 되고 글을 올린 후에도 반응부터 챙기게 된다. 이런 불필요한 시간 낭비가 부담스러워지면 블로고스피어를 누비는 시간도 의미없는 시간 낭비로 느껴진다. 그래서 블로그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면 이건 전혀 내가 블로그에 기대한 바가 아니다. 부담스러운 방문객 수를 좀 줄여볼 의도로 열흘 정도 글을 안 올려 보기로 했다. 열흘은 아니지만 일주일 정도를 그래 보니 대략 백 명 정도가 준 것 같다. 이 인원이 아마 올블로그 등의 메타블로그 서비스를 통해서 들어오는 사람들인 것 같다. 그래서 아예 올블로그로 발행하는 것을 멈출까도 생각했지만 그렇다면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의미가 없어진다. 나는 나만의 혼잣말 공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당연히 내 글을 보는 독자들과의 대화를 원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그런 곳에 발행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고정 독자 수가 많은 이른바 파워블로거가 아닌 다음에야, 메타블로그를 이용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방문자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도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를 시작한 후로 대략 이삼 일에 한 번은 글을 올린 셈인데, 이게 누가 그렇게 하라고 압력을 넣는 것도 아닌데, 일종의 책임감으로 올린 경우가 많았다. 이건 앞서도 말한 방문객을 의식한 글쓰기이다. 내가 블로그를 하면서 방문객을 의식하는 것은 글의 내용과 관련된 것이어야 함에도 내용적으로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 엉터리 글을 올리면서 독자가 떨어지지(?) 않게 주기적으로 글을 발행해 독자들을 묶어 두는 일종의 장사를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방문자 수를 챙겨 보게 되고 댓글이 달렸나를 주의깊게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의식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게 바로 나의 블로그에 대한 열의를 앗아간 것이 아닌가 싶다. 이게 악순환이 되는지, 그러면 그럴수록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좋은 글들을 찾아 읽는 시간보다 무의미하게 허비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이게 또 블로그가 시간 낭비가 아닌지 고민을 불러온다. 오랜 기간 블로그를 운영해온 블로거들은 이런 고민에 잘 대처하겠지만 아직 블로그 경험이 일천한 나로서는 어려운 문제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블로그를 대하는 태도를 변경해보고자 한다. 일단 글을 올리는 주기를 일정 정도로 유지하는 무의미한 노력을 포기한다. 이게 종국에는 블로그를 방치하는 수준까지 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부담이 되는 것보다, 블로그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보다, 이게 나은 선택이라 믿는다. 사실 현실생활에서, 앞으로 몇 달간 내 블로그를 찾는 것도 부담이 될 정도로 바쁘게 될 처지라 자연히 그렇게 될 것이지만, 그냥 방치하는 것은 아니고, 별 의미 없는 고민이지만 나름대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란 것을 알리고 싶다. 이렇게 선언이라도 하지 않으면 블로그를 방치하는 내내 불편할 것이고 방문자 수가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한숨을 내쉴지도 모를 일이다. 이래놓고 내일부터 매일 한 편씩 글이 올라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여간 블로그를 통한 나의 글쓰기는 계속될 것이고, 앞으로 한동안 혹시 글이 뜸하더라도 블로그를 포기한 것은 아니니 관심을 아주 꺼버리지는 마시라는 호소를 전한다. 이게 이런 긴(?) 글을 쓴 주목적이다. (사실 딱히 글을 쓸 주제가 없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