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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0. 1. 20:23
[mac]

처음에 시작할 때는 그저 한두 편의 글만 쓰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쓰고 보니 여러 편이 될 것 같다.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꽤 많다는 의미다. 사실 앞으로는 그다지 많이 이용하지 않는 것들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내가 각각의 애플리케이션을 '자주' '잘' 이용하는 사용자라면 사용방법에서부터 유용한 팁들까지 소개를 할 수 있을 것이지만 보시다시피 '가벼운' 사용자다 보니 언감생심 그런 것은 꿈도 못 꾼다. 그저 인상 정도나 끄적일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끄적이는 인상 정도로도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게 맥의 강점이다. 아주 쉬운 사용 방법으로 품질 좋은 성과물을 얻는다는 것.


9. iTunes

아이튠즈는 맥에 기본으로 딸려오는 음악 관련 통합 도구이다. 윈도우즈용이 따로 있으니까 아마 맥을 사용하지 않아도 잘 아는 애플리케이션이라 생각한다. 나도 윈도우즈를 쓰던 시절에 아이튠즈를 사용했지만 정말 엄청 무겁고 거추장스런 도구였다. 하지만 맥으로 넘어오니 그렇게 가벼울 수 없고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되었다. 앞서 언급하였던, 모든 자료는 보관함에 함께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일정한 조건에 맞는 자료들을 뽑아서 보여주는 스마트폴더(스마트 플레이리스트)의 기능은 아이튠즈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처음에는 이 방식이 낯설어서 무척 애를 먹었다. 그냥 윈도우즈식으로 폴더의 계층구조로 그냥 나눠 보관하던 관성에 젖어서 그렇다. 하지만 맥의 방식에 익숙해지니 이전에 쓰던 방식은 너무도 후진적인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맥의 다른 애플리케이션들도 같은 방식으로 자료를 보관하고 사용하는데, 이게 상상 외로 아주 편리하다.

아직 아이튠즈로 관리하는 음악이 많은 양은 아니고 그나마 있는 것도 적극적으로 관리를 하는 것도 아니어서 보관함 속에서의 관리에는 아직 익숙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음악들이 그저 보관함 속에 무질서하게 통합적으로 들어있기만 하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보관함 안에서도 여러 종류의 분류방식으로 체계적인 보관이 가능했다. 이 역시 전체적으로 자료를 관리하는 맥의 방식인데, 자신이 각각의 음악자료에 붙여둔 정보에 의해서 분류가 가능하다. 앨범을 기준으로 볼 수도 있고 아티스트, 장르 등 여러가지의 부여된 정보에 의해서, 마치 스마트폴더를 사용해서 정보를 뽑아 보듯이, 그렇게 가능하다. 이렇게 보관함 속에서 분류된 (것처럼 보이는) 자료들을 다시 보관함 밖에서 스마트폴더(스마트 플레이리스트)방식으로 뽑아 볼 수 있으니 말하자면 이중으로 분류를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다. 아직도 이런 방식에 완벽하게 적응했다거나 그 철학을 이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저 지금의 수준에서도 충분히 자료의 홍수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그게 맥이 사용자에게 주는 편의의 철학이다. 어떤 수준의 사용자라도 그 자신의 수준에 맞춰 가장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식, 이게 바로 맥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고 자랑하고 싶은 맥의 철학이다.

철학을 자꾸 언급해서 좀 우습다고 생각하는 맥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맥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물론 내가 언급하는 철학을 체험으로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좀 거창하게 철학을 언급하는 이유는 맥에 담겨있는(애플에 담겨있다고 해도 좋은) 이 직관에 의해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가치관은, 맥과 관련된 모든 제품에서 구현되고 있고 이는 일정한 방향성과 안정성을 가지는 동시에 다양성으로 표출될 수 있는, 디지털 혁명이 도래한 시대의 일종의 페러다임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가 써놓고도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는 이 문장의 의미에 대해서는 맥의 사용자라면 잘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결국 말로 표현하기에는 내 표현력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나도 무슨 소린지 모르니 한 번 읽어서 모른다고 두 번을 읽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맥을 사용해본 사용자들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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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튠즈와 아이팟

아이튠즈를 언급하면서 꼭 같이 언급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iPod이다. 아이팟은 맥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다 아는 MP3계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다. 다 알다시피 엠피3 플레이어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도구이다.(맞죠?) 하지만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iPod가 세계를 제패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아이팟도 애플의 제품이므로 내가 그토록 예찬하는 맥의 철학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제품이다. 기술적으로는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엠피3 재생기들이 더 진보적이고 다양한 기능을 자랑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아이튠즈 스토어가 개설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팟의 완벽한 기능을 느끼기에는 좀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보기에는 아이팟을 사용하는 한국의 사용자들이 단순히 멋드러진 디자인 때문에만 아이팟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음악자료들이 따로 노는 듯한 다른 재생기들과는 다르게 모든 자료들이 유기적으로 융합되어있고 자신만의 감각으로 다시 재구성이 가능한 맥의 방식이 매우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디자인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그 많은 전세계적인 아이팟 사용자들의 생각의 일부분만을 건드리는 것 같다. 이는 요즘 진중권이 자주 언급하는 '영상문화'와 '문자문화'의 차이에 대한 지적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다. 겉모습의 화려함이나 다양한 기능이 반드시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는 것은 아니다. 진중권의 표현대로 말하자면 화려한 겉모습이나 다양한 기능도 그 기술을 뒷받침하는 일종의 문자문화가 부존재하면 그저 금방 소모되고 마는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나는 애플의 철학에는 이런 일정한 방향성 다양성 안정성의 문화가 뒷받침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내가 특별히 한국의 기업들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하긴 이런 기업들이 한국의 기업이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자본에는 국적이 없다고 철저하게 믿는 사람이다.) 삼성이나 엘지라는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이 만들어내는 제품에 이런 철학을 발견한 적은 없다. 이들 기업들은 이른바 '첨단의 전쟁'에서 밀리면 그냥 스러지는 그런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기술의 첨단을 선도하는 기업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가치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라고 하는 게 적절할 것이다. 뭐 기업의 세계를 잘 알지 못하는 이의 순진한 발상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또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에 대한 소개는 없이 쓸데없는 인상이나 늘어놓았는데, 여기는 다 이유가 있다. 일단은, 내가 기능이나 사용방법, 유용한 팁을 설명할 정도로 사용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맥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방법에 특별한 지식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자신이 생각한 대로 해보면 그게 바로 사용방법이다. 그냥 쓰면 된다. 하지만 분명하게도 윈도우즈의 타성에 사로잡혀있는 사람은 처음에 무지 어렵고 이해하기가 힘들다. 나는 이런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시기가 매우 짧았는데 그 이유는 내가 거의 컴맹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거의 컴맹수준의 나도 처음에는 좀 혼란스러웠으니 나름대로 윈도우즈에 '최적화'되어있는 사람들은 그 혼란의 기간이 좀 더 길 것으로 추측한다. 단언하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업무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등의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윈도우즈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뭐 모든 걸 다 이해하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10. iPhoto

아이포토는 사진을 관리하고 기본적인 편집도 가능한 아주 유용한 도구이다. 나는 이른바 '디카족'이 아니다. 디카를 항상 휴대하고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사람이 아닐 뿐만 아니라 취미로 작품사진을 찍는 '아마츄어 사진가'도 아니다. 그래서 내가 아이포토로 관리하는 사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내 보관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진은 같이 여행한 친구에게 CD로 받아 보관하던 여행의 사진을 올려놓은 것 뿐이다. 그게 대략 천 장 가까이 되는 것 같은데, 편집이 필요한 사진도 아니고 내가 '막눈'이라 어떤 게 좋은 사진인지도 잘 모른다. 그래서 특히 편집 부분은 더 모른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나의 형에 의하면 전문가가 아닌 이상 기본적인 사진의 편집에는 아이포토도 충분하다고 한다. 나의 형도 맥의 철학을 무지하게 사랑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자기는 아이포토로 모든 걸 다 처리한다고 한다. 앞서 내가 줄기차게 언급한 맥의 방식은 사실 형에게 배운 것이다. 나는 특히 아이튠즈가 불편하다고 생각했는데 형에게서 각 자료의 정보를 부여하는 방식과 보관함에서 분류되는 방식을 잠깐 배우고 나서야 그 편리함에 눈을 떴다. 그래서 같은 방식으로 자료를 저장하는 아이포토도 매우 편리하게 느껴졌다. 내가 사진을 편집하는 경우는 이미지에 일정한 효과를 넣는 것이 다다. 블로그에 이미지를 올리기 위해 사진에 글을 넣는다든지 모자이크 처리를 한다든지 하는 게 전부다. 말하자면, 블로그에 올릴 이미지를 편집하기 위해서만 이미지 편집 도구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런 기능에서는 아이포토가 좀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언급한다. 아이포토에서 이게 가능하다면 다른 이미지 수정 도구들을 찾아 돌아다닐 일은 없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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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방식으로 정리된 보관함 - 사진 위를 마우스로 훑으면 다음 사진이 보인다.

아이포토에 대해서는 언급할 것은 별로 없다. 많이 사용해보지 않았기도 하거니와 언급할 것은 사실 아이튠즈를 비롯해서 앞에서 언급한 맥의 방식에 다 들어있다. 아이포토의 자료 저장 방식은 아이튠즈와 그 방식에 있어서 거의 동일하다. 그런데 이번에 iLife 08이 나오면서 새롭게 추가된 방식이 이벤트의 방식이다. 여기에 대해서만 조금 언급한다. 그동안의 보관함의 방식은 각각의 사진에 내가 부여한 정보를 내재적으로 가진 채 모든 사진이 한꺼번에 보이는 방식이었다. 물론 다른 애플리케이션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통합되어 저장된 보관함에서 스마트폴더(스마트앨범)로 원하는 방식의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보관함의 사진들이 한꺼번에 모두 보이는 방식이 좀 눈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 사진들을 이벤트별로 모아서 보관함을 보여주는 방식이 이번에 추가되었다. 이게 아주 편하다. 예를 들면, 여행 사진들을 날짜별로 정리한다든지 아니면 일정한 장소별로 정리한다든지 등의 일정한 사건(이벤트)으로 분류를 하는 것이다. 이런 게 다 귀찮다면 그냥 내버려두면 아이포토가 알아서 이벤트를 분류해준다. 이 자동으로 분류된 이벤트를 분리와 병합을 이용하여 용이하게 편집할 수 있다. 아주 용이하다. 이벤트별로 들어있는 사진의 확인은 그저 마우스로 훑어주기만 하면 각각의 사진이 보이는 방식이다. 이벤트의 맨 위에 보이는 사진도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고 마우스로 지나가다 원하는 사진을 선택하면 그 사진을 크게 볼 수 있다. 이 마우스로 지나간다는 것이 직접 눈으로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힘이 든데 아쉽게도 나에게는 화면을 동영상으로 편집하는 애플리케이션도 없고 또 글로써 눈에 보이는 듯이 표현할 능력도 모자라서 시각적으로 보여주기는 곤란하다. 그래서 애플의 아이라이프 소개 동영상이 있는 웹페이지를 대신하여 링크한다. 한 번 보면 맥의 방식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로 되어있으나 영어를 모르는 사람도 그 영상만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http://www.apple.com/kr/mac 를 열면 페이지의 아래쪽에 아이라이프 소개 동영상과 아이포토 소개 동영상 등이 있다. (더불어서 애플 홈페이지에는 곧 발매될 OS X Leopard에 대한 동영상들을 비롯하여 여러가지 흥미로운 동영상들도 있으니 찾아서 보길 바란다. 맥의 방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 때문에 취미를 갖는다는 것이 매우 웃기는 것 같지만, 실제로 아이포토를 사용하고 싶어서 사진에 좀 취미를 가져볼까 생각한다. 사실 사진으로 기록된 나의 일상이 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하다. 그대로 지나쳐버린 일상이 좀 아쉽기도 하고 사진으로 남아있으면 그 추억이 계속 간직될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나이가 들어가니 이런 사소한 것들이 소중해진다. 또 주변에 사진을 취미로 가진 사람이 많아서 그들과 어울리려면 사진을 시작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나처럼 작품으로서의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일상의 기록으로서 사라지는 추억들을 붙잡아두기 위한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는 정말 최적의 도구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사진들로 사진집을 직접 만들 수도 있고 달력을 제작할 수도 있으며 .mac을 이용하면 가족 또는 친구들과 앨범을 공유할 수도 있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재미를 하나 더 만들어주는 도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11. iLife의 나머지 애플리케이션들

iMovie, iDVD, GarageBand, iWeb 등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정말로 할 말이 없다. 단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거라지밴드나 아이웹은 앞으로도 사용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아이무비나 아이디브이디는 조만간 사용해볼 생각이다. 앞서 아이포토에서도 얘기하였듯이, 일상의 기록으로서, 사진 뿐만이 아니라 동영상으로도 남기고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캠코더를 이용해 찍은 동영상을 내가 편집하여 디브이디로 만들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선물할 수도 있고 내가 보관할 수도 있으니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생활 속에서 즐거움을 주는 도구들로 인해, 가뜩이나 정신건강을 지키면서 살아가기 힘든 어지러운 한국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많은 맥 사용자들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 도구들을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 같은데 앞으로 태어날 내 조카를 위해서라도 얼른 이 도구들을 잘 사용할 수 있게 다루어봐야겠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나 동영상은 그 어떤 소장품보다 가치있는 추억일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고난의 인생을 그렇게 이기며 살아간다. 인생 뭐 있어?



<계속> 이라지만 앞으로 언급할 애플리케이션들은 그저 언급의 수준에 그칠 확률이 높다. 이제 메이저급(?) 애플리케이션들(내가 말한 '필수')은 대략 다 끝난 것 같다. 앞으로 등장할 애플리케이션들은 그야말로 소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