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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 6. 01:53

오늘 TV를 보다가 혈압오른 두 가지.


1. MBC 뉴스데스크 중에 미국 전혜성 박사를 인터뷰하는 장면에서, 전 박사 "자기 능력을 알아주고 지지해주는 남성을 찾아야 해요. 여성이 혼자는 못 해요. 성공한 여자 뒤에는 꼭 아버지가 있거나 남편이 있거나 사랑하는 남자가 있어요."


여성의 리더십에 대한 얘기 중에 나온 얘기인 듯한데, 여성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이지만 여성은 혼자서는 못 한단다. 이 양반 세계 여성 포럼에서 여성의 리더십에 대해 강연도 한단다. 자식 명문 학교에 넣은 것으로 유명해진 사람이란 건 알지만 이건 뭐... 이걸 또 인터뷰해서 9시 뉴스에 방송하는 MBC는 또 뭔지...


2. SBS 드라마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중에, 재벌 2세의 첩이 되고자 하는 배두나에게 재벌 2세인 박시후 "(상류사회의) 에티켓을 배우기 위해 여성학과 교수님을 모시기로 했다."(원 대사를 인용하여야 하나 귀차니즘으로 그냥 기억에 의존하여 대충 인용...)


이 드라마의 작가, PD 등은 여성학과가 무엇을 연구하는 곳인지 전혀 인식이 없나 보다. 이 얘기가 두 번이나 나온다. 방영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에 관련되어 있었을 텐데 그대로 나온 것을 보면 아무도 이 대사를 들으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를 않았나 보다. 그 대사를 하는 또는 듣는 배두나도 전혀 몰랐을까? 배두나는 연기도 좋고 외모도 마음에 들고 여러모로 내가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이 대사를 듣는 순간 정이 뚝 떨어졌다. 혹시 페미니즘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가진 작가 또는 감독이 심어놓은 풍자일까?



도대체, 방송에서 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어이없는 장면들이 그냥 방송되는 것일까? 뭐 그들도 그들의 의견이 있으니, 방송에서 반드시 여성주의에 입각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뉴스에서, 시청자들이 본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인터뷰하는 사람이 이런 어이없는 발언을 하는 것을 그대로 내보내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이는 MBC가 반여성주의 입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로서 기사의 대상이 아니라 '자랑스런 인물'로서 인터뷰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러모로 심기가 불편한데 오랜만에 본 TV가 내 혈압을 올린다. 이제는 정신건강만이 아니라 육체건강도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