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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8. 14. 09:53
요즘은 아침에 일찍 깨서 한 시간 정도 블로그를 돌아다니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늙어서(?) 아침잠이 없어지는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내 인생에서 몇 안 되는 행복 중의 하나가 아침잠이었다는 점에서 보면 획기적인 변화임에는 틀림없다.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뭔가 성실하게 산다는 느낌이 들어 좋다. 오늘 하려는 얘기는 부지런해졌다는 게 아니라 본의 아니게 필명을 '사칭'하고 있었다는 것을 오늘 알아챘다는 것이다.

공지에서도 밝혔다시피 원래 내가 바랐던 필명은 '히피'였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고 있었으므로 할 수 없이 '속류히피'라고 정했었다. 그래도 그 원조 '히피'를 설마 만날까라는 안일한 생각에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댓글은 그냥 속류라는 수식어 빼고 '히피'라고 자주 남겼다. 자연스레 다른 블로거들도 그냥 '히피'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에 드디어 원조 '히피'를 만났다. 뭐 만났다는 게 서로 조우했다는 게 아니라 원조 '히피'의 흔적을 내가 발견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남긴 댓글이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내가 쓴 내용이 아니었다. 그래서 찾아가 보니 다른 사람이었다. 얼핏 보기엔 여행에 대한 블로깅을 하는 사람인 듯했다.

어제인가?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히피 님의 블로그"를 자주 참고한다는 언급을 봤다. 그래서 '야 이거 블로그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었고 심지어는 댓글로 내 블로그는 참고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남기고 싶었었다. 내가 생각해도 내 글이 전혀 '참고'할 만한 정도의 글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블로거가 참고한다는 다른 블로그들은 그야말로 나도 여러가지를 참고하고 많이 배우는 좋은 블로그들이었기 때문에 같이 언급됐다는 것이 매우 부자연스러웠고 민망했다.

그러나 '역시' 그 블로거가 언급한 "히피 님의 블로그"는 내 블로그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벗어버린 것처럼 홀가분하다. 누군가에게 '참고'가 될 만한 글을 쓰는 블로거가 되는 게 목표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몇 년 후에는 가능할까?

원조 '히피' 님! 본의 아니게 사칭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속류'라는 수식어를 반드시 붙이겠습니다. 혹시 저를 원조 '히피' 님으로 착각하시는 분은 안 계시죠? 혼란을 야기하여 송구스럽습니다.

지금까지 물의를 일으킨 속류히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