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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8. 12. 12:59
한국의 학술논문을 읽다보면 가끔 아주 우스운 경우를 보는 때가 있는데, 바로 글 속에 등장하는 제3자에 대한 존칭이다. 예를 들면, 어떤 학설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OOO교수님은 이렇게 주장하신 바가 있는데..." 등의 언급이다. 언급된 교수가 학계 원로급쯤 되나 본 데 이건 전혀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대화의 상대방보다 지칭하는 제3자가 손아래일 경우에는 그 제3자가 자신보다 손위라고 해도 존칭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건 다 아는 기본인데, 대화의 상대방이 불특정 다수일 경우에도 당연히 존칭을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을 쓰다보면 종종 다른 블로거를 거명할 때가 있다. 글 자체가 경어체로 되어있다면 별문제인데 내 글처럼 이런 식이라면 '히피 님' 식으로 언급하는 것은 영 어울리지가 않는다. 어법에 맞는가를 떠나서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런 존칭은 생략하기로 한다. 그 대상이 공적인 인물인 경우는 물론이고(예를 들면, '진중권 씨'가 아니라 '진중권',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라 '노무현') 언급하는 인물이 대화의 상대방이 아닌 모든 경우를 포함한다. 대화의 상대방을 언급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존칭을 사용하는 것이 어법에 맞다.

이런 선언(?)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그저 그렇게 글을 쓰면 되는 일이지만, 혹시라도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이렇게 미리 선언을 하는 것이다. 객관적인 글에서는 객관적인 호칭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이런 글을 쓴다. 객관적인 문제에도 객관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은 이유가 바로 이런 사소한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