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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 15. 15:19

SSL20281.JPG

홋카이도 오타루의 거리 풍경이다.

오타루는 조그만 도시인데 도시 전체가 이런 분위기의 건물들로 채워져 있다. 건물마다 시에서 지정하여 원형으로 보존하게 만들고 있다. 설국(雪國)은 사실 홋카이도가 아니라 니이가타나 야마가타 뭐 이쪽 지방으로 알고 있는데, 홋카이도의 풍광은 그저 이 한마디로 설명이 가능할 듯싶다. "설국" 나는 원래 눈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몸에 열이 많아서 추운 곳을 선호하기도 해서 그런지 홋카이도가 아주 좋았다. 제일 좋았던 곳은 비에이라는 곳인데 여기는 정말 눈이 좀 더 오면 고립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차를 렌트해서 다니니 짐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것은 없어서 좋았으나 어디를 하루 갔다오면 아무 것도 한 것 없이 그냥 드라이브만 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이번 여행에서 라면의 성지라는 삿포로에서 라면을 먹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나마 하코다테나 아사히카와에서 유명한 라면집을 갔었기 때문에 아쉬움을 좀 덜 수 있었다. 그래도 삿포로 라면은 꼭 맛을 봤어야 했는데... 일정도 일정이지만 일행 중에 돼지 냄새를 싫어하여 라면을 질색하는 친구가 있어서 강행하기도 어려웠다.

나는 좋은 사진기가 없어서 이런 사진으로 밖에 표현이 불가능하지만 일행들은 전부 사진장비가 프로급이라 좋은 사진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그 사진들을 받아서 정리를 하다보면 홋카이도의 설국이 제대로 표현되는 사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들이 다 정리되면 다시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은 나의 '똑딱이' 사진기의 사진을 정리하다가 이 사진을 찍을 때의 감상이 다시 일어 단편적이나마 끄적여 둔다. 다음에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여유있게 북쪽의 오호츠크해안에도 가보고 싶다. 그나저나 전세계의 관광지에 중국인들이 넘쳐난다더니 관광객의 80%는 중국인으로 보일 정도로 중국인들이 없는 곳이 없었다. 나는 중국인들에 대해 편견은 '비교적' 없지만 그들이 시끄러운 것은 사실이다. 조용한 일본인들에 대비되어 더욱 시끄럽게 느껴졌을 것이다. 눈에는 '러브레터'의 풍광이 펼쳐졌지만 귀에는 그 오리지날 사운드 트랙이 아니라 시끄러운 중국인들의 소음이 파고들어 머리가 울렸다. 이번 여행에서 또 하나의 아쉬운 대목이었다.

나는 오장동의 회냉면을 좋아하여 냉면집 문을 나서면서 다시 먹고 싶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홋카이도 여행도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그 길로 다시 홋카이도행 비행기를 타고 싶을 정도였다. 나는 역시 설국에서 살아야 할 것 같다. 다음 설국으로의 여행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에는 그곳에서의 나의 감상이 그대로 표현될 수 있는 좋은 사진기도 장만하여 가야겠다. 주변에 좋은 사진장비들을 갖춘 사람들이 많아서 별로 필요도 못느꼈고 또 무겁게 들고 다니는 것이 거추장스럽다고 느끼기도 해서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지만 이번에 좋은 사진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그 때 그 장소에서의 감상이 고스란히 표현되는 사진은 두고두고 여행의 행복을 되살린다. 사진으로 다시 떠나는 여행도 단조롭고 지겨운 일상을 벗어나게 해주는 행복한 공상이다. 왜 사람들이 사진에 열광하는지 이제야 어렴풋 알겠다. 돈 많이 벌어야겠다. 동일한 장소를 찍어도 D3나 M8에 의해 표현되는 풍경과 나의 똑딱이로 표현되는 풍경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사진은 잘 찍을 줄 모르면서 눈만 높아져서 걱정이다. 이제 내가 사진기를 장만한다면 다른 사진기가 눈에 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