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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7. 14. 03:49

아무래도 나의 자유를 쫓는 모험은 실패할 것 같다. 역시 생긴 대로 살아야지. 역시 이런 방법은 나에게는 맞지 않는다. 저열한 방법이었고 즐거운 블로그 생활을 가로막는 최악의 선택이었다. 문제제기는 나의 자유이지만 그렇다고 폭력적인 글을 쓰는 것은 형편없는 선택이었다. 이견이 있으면 반박을 하면 그만이지 뒤에서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것은 역시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이러한 반성의 글은 나의 저열한 글을 더욱 저열하게 만드는 셈이 되겠지만 그래도 이래야 그나마도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나의 인격이 딱 그 수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음식에도 기호가 있듯 글에도 기호가 있다. 나는 기호에 맞지 않는 글도 필요하다면 짜증을 내면서도 다 읽는 편이다. 되도록이면 그 표현의 방식에 대하여는 판단을 유보하고 글의 내용에 방점을 찍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두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엄청난 수사가 동원된 글이다. 이런 글은 그 내용과 관계없이 그냥 읽기가 싫어진다. 이러한 경우는 대개 필자의 과도한 진정성으로 인해 글을 읽는 것이 민망해지는 경우인데, 주로 '시적'인 표현이 무분별하게 남발되어 그렇게 느껴지는 수가 많다. 이건 정말 나의 기호의 문제이니 비난의 대상은 아니다. 문제는 나머지 한 경우인데, 주로 글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행간에 담긴 필자의 저급한 가치관이 나를 괴롭히는 경우이다. 가치관은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이니 내가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비꼬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리는 것은 참기가 어렵다. 반박이 아니라 그저 비꼬고 싶은 삐딱함이다. 논리적인 영역의 문제가 아니다. 내 인격수양이 덜 된 것이 부끄럽지만 여간해서는 고쳐지지가 않는다.

누군가에 대해 선입관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쉽게 선입관을 갖는다. 특히 직접 대면하여 관찰할 기회가 없이 순전히 글로만 대하는 경우에는 이런 위험성이 더 커진다. 일단 선입관이 생기게 되면 글을 객관적으로 보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이성과는 상관없이 감정적으로 글이 보이게 된다. 인지상정이란 표현은 이럴 때 쓰는 표현일 것이다. 그래서 객관적인 글은 객관적으로 읽는 것이 필요하다. 선입관 또는 주관이 개입되면 필자가 의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행간이 보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객관적인 글읽기는 요원해진다. 읽게 되는 글이 주관적인 글이라면 별문제이겠으나 객관적인 글이라면(물론 완전히 객관적인 글이 있겠냐마는) 안 읽느니만 못하게 된다. 대면하여 대화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선입관을 제거할 수 있는 여러가지 정황이 함께 주어지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글을 읽는 경우에는 웬만해선 선입관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없다. 곤란한 지경이다.

앞선 글에서 '비난'한 "그"에 대해서는, 이러한 나의 삐딱하고 덜 수양된 인격에서 비롯된 문제와 선입관에서 비롯된 문제가 혼재되어, 과연 내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영역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비꼬고 싶은 감정적인 영역의 문제인지가 판단이 힘들다. 분명한 것은 "그"의 글이 점점 더 읽기가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안타까움에서 나온 일시적인 "폭주"라고 보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이율배반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