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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8. 29. 18:24
스킨을 좀 바꿔봤다. 그동안의 스킨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대안이 없어 그냥 사용했었는데, 이제 그나마 내 의도에 얼추 맞는 스킨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의 스킨은 선으로 구획이 나누어져 있고 배경색도 있어 뭔가 울타리에 갇힌 느낌을 주어서 갑갑했는데 모든 선과 배경색을 없애니 많이 단순해져서 좋다. 역시 단순한 게 좋다.

단순하려면 편리함을 좀 포기해야 한다. 블로그 페이지가 열렸을 때 목록, 최근 댓글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편리는 하겠지만 다 펼쳐져 있으면 단순함이 주는 아름다움은 포기해야 한다. 모든 정보를 억지로 제공하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여 사이드 메뉴의 제목만 남겨놓고 내용은 감추었다. 원하는 정보를 사용자가 선택하여 클릭함으로써 열어볼 수 있게 하였다. 클릭 한 번의 수고가 생겼지만 블로그가 단순하고 깔끔해 보일 뿐만 아니라 본문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제공하고 싶은 정보는 본문에 있다.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보면 온갖 정보, 광고가 한 페이지에 동시에 떠서 눈을 어지럽히고 정작 읽고 싶은 본문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잦다. 내 블로그만큼은 그런 시류(이게 시류인지는 모르지만...)에 영합하고 싶지 않다.

내 블로그가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되도록이면 텍스트가 중심이 되는 블로그를 지향하고 싶다. 최근 진중권의 말을 잠시 인용해 보면,
문자문화의 합리성으로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제아무리 디지털이라 하더라도 결국 문자문화 이전의 영상문화와 구술문화로 퇴행하기 마련이다. (한국일보, 진중권의 상상, <14>)
이미지가 범람하는 세상이고, 많은 정보가 이미지화해서 전달되는 편리한 세상이지만 그 이미지의 기본은 텍스트이다. 텍스트의 뒷받침이 없으면 이미지는 공허한 울림일 뿐이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미지 위주로 정보를 습득하다 보니 지식이 얕아지고 가벼워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나의 이런 생각은 디지털 시대에 뒤처진 낡은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문자정보가 주이고 영상정보는 부이다.

그동안의 스킨은 다른 사람이 만든 것(티스토리에서 제공한다.)에 내가 조금의 변경을 가해 사용하던 것이어서 비슷한 스킨이 존재했다. 그게 개성없이 똑같이 만들어진 주택단지에 개성없이 똑같은 캐릭터를 가지고 개성없이 똑같은 일상을 사는 듯이 느껴져 싫었다. 이제는 좀 모자라지만(기능상, 디자인상) 나만이 가지고 있는 독창적인 장소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역시, 벽돌 찍어 내듯이 일률적인 세상은 따분하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사회가 좋다. 더해서 안정성까지 있으면(이를 두고 박권일은 '다안성'이라 한다.) 좀 더 즐거운 세상일 것이다. (이런 세상을 원하는 사람은 우석훈, 박권일 공저 <88만 원 세대>를 읽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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